(물생활) 구피 출산, 그리고 사라진 새끼들...

 

30cm 슬림 어항 4주 차 

씨앗 수초 어항

알비노 네온 레드 하이도살 고정 구피 1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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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생활 시작한지 한 달 만에 구피가 출산을 했다! 데려올 때 이미 만삭이었던 암컷. 잘 적응해서 새끼를 무사히 낳을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다행히 어항이 마음에 들었는지 밥도 잘 먹고 활발하게 활동을 했다. ^^

 

그런데 데려온 다음 다음 날, 암컷 꽁무니에 튀어나와 있는 뭔가가 보였다. 어? 드디어 낳기 시작하는 건가? 

멘붕이 왔다. 나는 아직 새끼를 받을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 물생활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되었다지만, 어항에 물고기를 넣은 건 겨우 이틀만이란 말이다. ㅠㅠ 

 

 

암컷 꽁무늬에 돌출한 무언가

구피는 수명이 1~2년 밖에 안 되는데, 암컷은 태어난 지 4개월이면 출산을 시작하고 한 달에 한번 30~100마리까지도 낳는다고 한다. 수명이 짧은 것도 안타까운데, 생의 대부분을 저렇게 터질 듯 부른 배로 살아가야 하는 암컷이 불쌍하다. 그 와중에도 숫컷은 암컷을 계속 쫒아다니며 배를 쪼아대며 귀찮게 해서 더 불쌍... 어항이 좁아서 피할 데도 없는데... ㅠㅠ 

뱃속이 다 보여요~

 

알비노 네온 레드 구피 암컷은 색소가 없는 탓에 피부의 일부가 투명하게 비쳐 꽉 들어찬 알들을 볼 수 있다. 분홍빛 알들이 참 신비롭다. 색은 수컷이 화려하지만, 생명을 품고 있는 신비로움 때문에 암컷에게 더 눈이 간다. 꽁무니에 매달린 그 뭔가는 한참이 지나도 그대로였다. 아무래도 새끼가 끼어버린 건 아닌지 걱정하며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우와~~ 새끼 발견~~!! 작고 꼬물대는 새끼가 서너 마리 발견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새끼의 숫자는 점점 늘어났다. 너무 작아서 세지는 못하고... 대략 서른 마리 정도 되지 않았나 싶다. 새끼를 낳는 장면은 한 번도 볼 수 없었다. 어느 영상에서 보니, 슉~하고 순식간에 빠져나오던데... 

 

 

갓 낳은 치어들

작고 투명하다

그러다 못 볼 걸 보고 말았다. 어미가 새끼를 잡아먹어 버렸다. ㅠㅠ 어미 뱃속에서 나오자 마자 다시 어미 뱃속으로 들어가다니... ㅜㅜ 이 무슨 상황인가... 새끼들은 나름대로 피하기도 하고 수초 속으로 숨기도 했으나 개중에 먹히는 놈들이 있는지 숫자가 줄어들고 있었다. 

수초가 있으니 그래도 몇 마리는 살아남으려니... 어차피 모두 성어가 되면 감당하지 못할 것이 아닌가 싶어 잔인하지만 그냥 두기로 했는데... 다음 날 아침에 새끼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 걸 보고 아뿔싸 싶었다. 남편이 겨우 몇 마리 건져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으로 옮겼다. 나중에 세어 보니 총 일곱 마리다. 

 

갓 태어났지만 헤엄을 잘 친다

 

새끼를 먹는 구피의 행동을 두고 '구피의 카니발리즘'이라고 한다. 구피의 두뇌에는 '움직이는 작은 것을 먹어라'라는 명령이 각인 되어 있어서 갓 태어난 새끼를 반사적으로 먹는 것이다. 자연적인 환경에서는 새끼 구피들이 숨을 곳이 많고, 도망갈 곳도 많아서 대부분의 새끼가 자기 부모에게 먹히는 일은 드물 것이다. 하지만 좁은 어항 속에서는 그냥 놔두면 대부분의 새끼가 먹히기 십상이다. 아무리 먹고 먹히는 냉혹한 자연이라지만, 새끼 전부를 먹은 어미를 두고 볼 자신이 없어 다음부터는 구피가 출산을 하면 새끼를 건져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출산 후에도 어미 구피의 배는 여전히 빵빵하다. 그 다음에 태어날 알들이 준비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어항이 새끼 친다는 말이 그래서구나. 아마 우리 집 어항도 결국은 새끼를 치겠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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