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로운 벌레들이 눈에 띈다. 나의 텃밭은 사방이 아파트와 빌라들로 둘러싸인 4층 야외 베란다에 위치하고 있다. 골목에 작은 화단들은 있지만 야채를 재배하는 텃밭은 꽤나 멀리 있다. 벌레들은 어디서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걸까? 모종에 묻어온 걸까, 아니면 바람에 실려온 것이겠지. 소독된 상토를 구입했으니 흙에서 나온 경우는 드물 것 같다. 여하튼 이 광활한 세상에서(벌레들의 입장에서는 더욱) 이곳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면 대단히 귀한 손님이다. 벌레를 좋아했던 적은 딱히 없지만, 전혀 벌레가 없는 그런 삭막한 텃밭을 꿈꿨던 적은 없다.
오늘은 고춧잎에서 무당벌레를 발견했다. 혹시라도 이십팔점박이 무당벌레(진딧물을 먹는 무당벌레와 달리 잎을 갉아먹는 나쁜 무당벌레라고 한다)일까봐 점을 세어봤는데 이십팔개에는 못 미치는 것 같다. 웬 무당벌레일까, 하고 고추를 자세히 봤더니 진딧물이 그득그득하다. ㅠㅠ 그동안은 벌레 없이 잘 커주고 있었는데 어느새 진딧물이 붙었을까 싶다. 담배 상추에서 이주해온 것들이 분명하다. 한동안 진딧물에 몸살을 앓던 담배상추들이 꽃대를 쭉쭉 올리기 시작하면서 진딧물이 좀 줄었다 싶었더니 고추로 옮겨갔구나!
진딧물이 생긴 다음, 무당벌레가 날아오는 건 멋진 일이다. 진심으로 감탄했다. 자연의 생태계는 이렇게 서로서로 먹고 먹히면서 균형을 유지할 것이구나 싶었다. 균형이 깨지면, 어느 한 개체가 독주할 것이고 그러면 남아나는 것이 별로 없을 것이다. 크게보면 지구에서 인간이 독주하고 있는 것이 제일 큰 문제가 아닐까. 진딧물을 죽이기 위해 약을 치면 무당벌레도 죽는다. 혹은 진딧물이 다 죽고나면 무당벌레가 먹을 것도 대폭 사라진다. 어쩌면 진딧물 덕분에 이 깜찍한 무당벌레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무당벌레? 혹시 점이 이십팔개는 아니겠지?>
<고추에 붙은 진딧물>
<고추꽃을 찾은 꿀벌, 넌 환영이야>
<오이 고추 줄기에 앉은 노린재. 넌 여기 왜...? >
<파 사이에 집을 지은 거미>
<케일을 초토화시킨 배추흰나비 애벌레>
<넌 아까 그 애벌레 엄마?>
<제일 싫은 건 잎굴파리 애벌레>
<깨 같은 녀석들이 잎굴파리 애벌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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