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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포크 라이프

(살림) <다크워터스>와 운틴가마 무쇠팬

영화 <다크워터스>를 보고 일반 코팅 후라이팬을 더 이상 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팅 후라이팬의 유해성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나도 테팔 같은 일반 후라이팬을 쓰면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써왔다. 많은 사람들이 아는 정보지만, 다들 쓰지 않나? 너도 나도 쓰니 괜찮겠지... 하고 쓰는 거다. 군중 심리다. 

 

2년 전 임신을 한 뒤 조심성이 많아진 나는 코팅 후라이팬 대신 무쇠팬을 쓰기로 결심했었다. 이런 저런 무쇠팬들을 알아보다가 집 근처 한살림에서 운틴가마 무쇠팬을 구매했다. 운틴가마 무쇠팬의 전통적인 모양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무쇠팬은 길들이는 과정이 힘들고 가격이 비싸 처음 시작하길 망설이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가격면에서 확실히 일반 후라이팬보다 꽤 비싼 것은 맞다. 하지만 코팅이 벗겨지면 버리고 새로 사야하는 일반 후라이팬에 비해 무쇠 후라이팬은 되물림해서 쓸 수도 있을만큼 수명이 길다. 일단 무쇠팬에 적응만 하면 길게 봤을 때 경제적으로 더 이득이다. 또 코팅팬 때문에 몸이 아프거나, 버려지는 후라이팬 때문에 오염될 환경을 생각하면 사실 당연히 코팅팬이 아닌 무쇠팬을 써야 한다.

 

무쇠팬을 시도함에 있어서 비용 장벽보다 길들이기가 더 높은 장벽이라 생각한다. 나도 처음에는 그 악명 높은 길들이기에 엄두가 안나 2만원을 더 주고 길들이기를 한 무쇠팬을 구입했다. 운틴가마에서는 비용을 더 지불하면 길들이기가 된 무쇠팬을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받아 본 무쇠팬은 실제로 길들이기는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때는 몰랐다 ㅠㅠ)

 

내가 구입했던 무쇠팬

 

나는 그 무쇠팬으로 호기롭게 요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삼겹살이 좋다기에 삼겹살을 구워봤다. 그러나 살점이 처참하게 들러붙었다. 그 뒤로도 음식이 팬에 들러붙어 망치기를 여러번... 무거운 무쇠팬에 들러붙은 음식을 철수세미로 긁어내다 지친 나는 한 달도 안 되 무쇠팬을 포기하고 말았다. 남편은 아예 처음부터 시도할 엄두를 못 냈다. 무쇠팬은 싱크대 깊숙한 곳에 들어가서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 <다크워터스>를 계기로 무쇠팬을 다시 꺼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나. 예전에 실패했던 경험들이 새로 무쇠팬을 다루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길들이기가 완전히 된 상태와 아닌 상태를 구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길들이기가 잘 된 팬은 정말 테팔 후라이팬만큼 쓰기 쉽다. 그리고 음식도 더 맛있다. 흰자가 바삭하게 구워진 계란 후라이는 테팔 후라이팬으로는 만들 수 없다! (적어도 나로서는)

 

많은 분들이 이 무쇠팬의 신세계를 경험해 보시길 권하며 내가 무쇠팬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드리려 한다. 

 

* 무쇠팬 사용하기

(어디까지나 제 경험에 의한 의견일 뿐이니 다른 자료들과 함께 참고로 하시길 바랍니다) 

 

1. 초벌 길들이기가 되지 않은 팬이라면 세제로 닦은 다음, 앞 뒤로 들기름을 고루 발라 가열한다. 초벌 길들이기가 된 팬이라면 그냥 들기름을 고루 발라 가열한다. 

 

2. 이 때, 들기름을 흥건하게 바르지 말고 팬에 착 달라 붙도록 바른다. 그리고 가열은 약불로 하되, 연기가 날 정도는 되어야 한다. 말하자면... 들기름이 팬에 밀착되어 검게 타야 한다. 연기와 탄내가 진동하므로 창문을 꼭 열어두고 하시길. 이 과정을 최소 두 번 이상 하는게 좋다.  

 

3. 팬이 검게 반들반들해지면 길들이기가 끝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바로 아무 음식이나 잘 되는 건 아니다. 

 

4. 맨 처음 하는 음식은 삼겹살이나 등심 같은게 좋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살 때, "무쇠팬에 기름칠하게 돼지 비계 좀 주실 수 있나요?" 하고 물으면 보통 흔쾌히 공짜로 비계를 줄 것이다. 팬을 달군 뒤, 그 비계를 집게로 잡고 팬 곳곳을 꼼꼼히 문질러 바른다. 그 위에 삼겹살을 하면 거의 들러붙지 않는다. 등심을 할 때도 돼지 비계를 문지른 뒤, 버터를 녹여 그 위에 구우면 역시 들러붙지 않는다. 

 

5. 고기를 다 구운 팬은 키친 타올로 한 번 기름을 닦아 둔다. 그리고 살점이 들러붙었다면, 뜨거운 물에 살짝 불려 세제 없이 부드러운 수세미로 들러붙은 찌꺼기를 닦아낸다. 너무 오래 물에 담궈두면 좋지 않다. 코팅이 벗겨지거나 코팅이 잘 안 된 부분에 녹이 슬 수 있다. 녹이 슬었을 때는 철 수세미로 박박 문질러서 다시 길들이기를 하면 되지만, 길들이기 과정이 귀찮다면 최대한 오랫동안 코팅이 벗겨지지 않게 쓰는 것이 좋다. 

 

6. 세척한 팬은 물기를 닦고 가열하여 물기를 완전히 말린다. 이때 들기름이나 돼지 비계를 다시 한번 발라두면 더욱 좋다. 귀찮으면 기름을 발라두는 것은 생략 가능하다. 하지만 물기는 녹 방지를 위해 완전히 말려두길 권한다. 

 

7. 난이도가 높은 계란 후라이나 생선 구이는 팬 사용이 어느 정도 익숙해진 뒤로 조금 미뤄 두셔도 좋다. 난이도가 높다는 건 들러붙기 쉽다는 뜻인데, 무쇠팬에 길이 잘 들고 팬 사용이 익숙해지면 쉽게 할 수 있다. 

 

버섯 볶음도~
고등어 구이도~